보이는 것과 보여야 하는 것

어제 날짜 청년의사에 실린 김철중 기자의 칼럼에는 박원순 시장의 아들 MRI 조작에 대한 견해가 실렸다. 어떤 의사들은 그런 MRI가 나타날 확률이 ‘의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작이라고 주장한다. 그 사람들 중에 영상의학 전문의도 있어 주장에 신빙성을 더한다. 주장은 ‘과학적’, ‘논문’, ‘첨단 기계를 사용한 분석’ 등을 덧입는다. 이들은 스물두살 남자의 몸에서 보여야 할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여야 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20대의 골수신호 그리고 별로 비만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피하지방 두께. 이렇게 보여야 할 것이 보이지 않으므로 조작, 또는 위조.

이런 태도에서 의학적 사고를 들여다 보는 기회가 생긴다. 의사들은 과학적 지식을 사용해서 진단하고 치료한다. 과학적 지식은 개별 사례를 일반적 현상과 연결짓고, 개별 사례에 생길 일을 미리 알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은 진단 – 환자의 문제를 일반적 현상과 연결짓는 과정-을 통해 가능하다. 증상은 모두 다르지만 아주 엄밀하지 않은 인간의 사고를 통해 한가지 병으로 묶이게 되는 것이다. 결핵은, 요즘에야 결핵 균에 의한 감염증이라고 규정하지만, 감염 위치에 따라 증상이 너무 달라서 여러 가지 병명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들을 하나로 묶는 것이 결핵균이다. 그런데 임상의사들은 결핵균을 발견해서 결핵이라고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결핵이라고 생각하는 임상증상을 확인하기 위해 결핵균을 찾게 된다. 결핵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서 결핵균이 발견되지 않으면 검체를 잘못 채취했거나,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예컨대 진단은 관찰을 통해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자신이 내린 직관을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게 된다.

임상 교육은 관찰을 질병과 연관 짓고, 이를 확인하는 절차를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 경험이 부족한 의사들은 자신이 관찰한 몇 가지에 사로 잡힌 나머지 뻔히 보이는 더 중요한 사실들을 놓치곤 한다. 때로 더 중요한 이런 사실의 가치를 무시하기도 한다. 이런 조직적 편견을 극복하는 훈련이 임상 교육이다.

박주신 사건은 의사들의 조직적 편견의 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당연히 보여야 할 것이 보이지 않으니 조작이라는 말은 눈 앞에 보이는 것이 22살짜리 청년의 허리 사진을 설명에 포함시키기 보다 자기가 내린 결론을 앞세우는 태도에 불과하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설명이 너무 많이 붙어야 하는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