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죽어감에 관한 논의에서는 돌봄과 자기결정권이라는 두 가지 원칙이 제시된다. “어떻게 하면 불편함을 줄이고 생명의 존엄을 유지할 것인가?”가 돌봄의 원칙이 해결하려는 질문이라면, “인격체로서 자기 삶의 방식을 결정하고 실천하도록 어떻게 도울 것인가?”가 자기결정권의 원칙과 관련된 문제다.
최근에 흥미롭게 읽었던 어느 잡지(시애틀법대 학술지) 특별호는 돌봄과 자기결정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을 다룬다. 바로 치매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의 문제다.
치매가 고약한 것은 이 병이 판단과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 이것이 이 병의 가장 분명한 진행경과다. 어떤 이들은 치매가 심해지면 죽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리라. 그런데 이 요청을 어떻게 ‘확인’하고 ‘실행’할 것인가? . 급식관을 통한 영양공급(인공영양공급)은 미국 법제 안에서 전적으로 환자와 가족이 결정할 수 있고, 환자가 이전에 서류를 작성해 두었다면 시작하면 안된다. 즉 환자가 중등도 이상의 치매 때문에 의사능력을 상실한 상황이라면, 그리고 스스로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된다면 비위관(콧줄)을 통한 영양공급은 거부할 수 있는 치료 방식이 된다. 미국의 환자교육 자료에서는 이런 종류의 영양공급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최근에 일부에서 제시하는 자발적 금식중지(Voluntary Stopping of Eating and Diet, VSED)의 문제다. 어떤 사람이 먹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금식으로 인해 사망하게 된다해도 강제로 급식하면 안된다는 것이 윤리적으로 합의된 사항이다.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성인이 먹지 않겠다면 존중해야 한다.그런데 치매환자(의사결정능력이 없는)는 어떻게 해야 하나? 몇 가지 가능한 경우가 있다.
1.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치매 노인이 급식을 거부한다.
2. 이전, 치매가 많이 진행되기 전에 환자가 치매가 많이 진행되어 직접 먹을 수 없게 되면 급식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노인이 급식을 거부한다.
3. 급식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정작 중단하니 먹겠다고 한다.
2.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판단이 쉽다 (실천은 별개로 하자. 어려우니까).
1.의 경우에는 해석이 필요하다. 그저 밥이 맛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그보다 깊은 이유가 있는지. 그리고 존중할만한 이유인지.
3.의 경우가 앞서 논문들이 다룬 내용이다. 말 그대로 배고픔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이전의 부탁을 이유로 ‘굶길’ 것인가? 이것이 허용되는 치료 방식인가?
잠정적인 결론은 있지만 아직 잘 정리되지는 않았다. 또 1.의 경우 일반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옳은지 잘 모르겠다. 2.도 무조건 중단하는 것은 경솔한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좀 더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음식을 먹지 못할 정도의 치매 환자를 윤리적으로 돌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얼마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