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평화는 가능할까?

페이스북 링크를 통해 블로그 기사 하나를 읽게 되었다.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 “백인 미국인은 한국인을 어떻게 볼까?” 그리고 기분이 나빴다. ‘그럴 줄은 알았지만, 이정도 일지 몰랐다.’라는 심정일까?

연구실로 오가는 길에서, 이 기사 생각을 했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인간다운 감정’이 없다는 판단을 한다는 기사가 마음에 걸렸다. 내가 요즈음 외국에 거주하며, 감정을 쉽게 교류하지 못하고 있기에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농담의 코드가 다를 때도 있고,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도 다르고…) 그런데 감정의 교류라는 말은 주고-받는 상대성을 내포한다. 내가 이해받지 못하는 것은,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도 관련있을 것이다.
나 역시 외국인을, 백인 흑인 인도인 심지어 중국인까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 적 있다. 왜 미안해 하지 않을까, 왜 이런 상황에서 좋아할까?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이 사람들이 사람이 아닐 수 있다(subhuman)는 인식을 아마 PC(정치적으로 올바른)로 억눌렀을 것이다. 댓글의 인종차별과 비교되는 내 태도에 혹시 도덕적 우월감까지 느꼈을까?

기사만으로 이해가 어려워 인용된 논문을 검색해 보았다. 학술논문인데도 제목은 자극적이다. “그들은 우리를 사람 아닌 것으로 본다 (They See Us as Less Than Human…)” 논문은 3개 대륙(미국, 로마, 이스라엘)에서 수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기술했다. 결론은 다른 집단에 대한 인식의 왜곡이 상호간에 반복되는(reciprocal) 현상이라고 기술한다. 한글 기사가 이야기 하듯 무식한 미국인만의 태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글만으로는 반복되는 비인간화의 시작점이 어디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물리력, 경제력 등에서 우월한 입장에 있는 인구집단이 먼저 보이는 태도에 비인간화를 경험한 집단이 상대를 비인간화면서 폭력이 정당화된다는 설명이 따른다는 점에서 시작 지점은 있다는 설명이지만)

현상은 기술되었지만 심리적 기전은 제시되지 않았다. 인간은 원래 배타적이고 공격적인데, 그 공격성이 가능하게 만드는 심리적인 기전이 저자의 비인간화인지, 이런 비인간화가 습득된 것인지 설명은 가능할지 모르겠다.
논문을 읽고 나면 마음이 서늘해지기는 하지만, 이 논문 자체에는 어떤 정치적 언급은 없다. 사실을 기록하는 단계 그 도덕적, 정치적 의미를 찾고 실천하는 단계가 별도로 이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한글로 쓰는 블로그이니 덧붙인다. 한국인은 너무 배타적이다. 백인이나 흑인이 지나가면 한 번 만져보고 싶지 않은가? ‘얘들도 사람인가?’
물론 사람같지 않은 한국인이 (많이) 있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심지어 다른 한국인의 지도자로 자칭한다. 이런 자들에겐 분노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