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이 메일을 보내셨는데,
======
한가지 의견을 구할께요.
아래 기사와 같이 소위 ‘로또 임상시험’의 경우,
임상시험대상자(피험자)를 어떻게 모집해야 할까요?
벨몬트 원칙에 따르면 임상시험대상자를 선정할 때 ‘정의의 원칙’을 따라서
인종, 재산, 교육, 친소관계 등과 무관하게 공정하게 선발해야 하는데,
이런 경우 의사들이 잘 아는 가족이나 환자들을 우선적으로 인롤 시킬 가능성이 있고,
그 과정에서 힘 없는 사람이 배제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그리고 만약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큰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오히려 이렇게 시험대상자로 선정된 사람들이 제대로 항의하기도 어려운
취약한 시험대상자(취약한 피험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데…
고견을 구합니다^^
=============
이렇게 답했다.
재미있는 주제를 주셨습니다.
C형 간염 치료제는 아니지만 비슷한 문제들이 이미 개발도상국에서는 고질적인 문제가 되어왔습니다.
사하라 이남의 극빈층을 대상으로 선진국이 임상시험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들이 지적되었는데,
1. IMF 등의 요구로 보건의료비 지출을 줄여서 공공보건을 포함한 보건의료가 붕괴된 지역에, 임상시험을 통해서 ‘치료제 (항생제가 주입니다)’가 공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적하신 대로 이 임상시험 약물이 연구자와 관련있는 사람들에게 치료제 처럼 공급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정부가 보건의료체계에 투자하지 않게 된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2. 이미 알려진 치료제가 있는데도 이들 지역에는 시험약이 제공되고, 결국 피해를 입게 되기도 합니다 (2000년대 중반 시험약물이 HIV 관련 설사 치료에 공급되었는데, 이미 알려진 치료제가 있음에도 효과를 확인할수 없는 이들 약물로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 이 결과는 JAMA에 실렸지요. 사망자는… 그저 임상시험 대상이었구요)
우리나라에서도 고가의 치료제가 제공되니 비슷한 상황을 염려하게 되는군요.
임상시험이라고 하는데, 외국에서는 치료제로 시판 허가를 받은 약물인가 봅니다. 국내 2상, 혹은 3상 시험일 가능성이 높네요. 국내 시판을 목표로 절차를 밟아가는 중이군요.
이런 경우는, 솔직히 일종의 샘플로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원칙적으로는 임상시험이고,
이중맹검을 하겠지요. 이렇게 임상시험을 진행한다고 하면 누가 시험군/대조군에 속하게 되는지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물론 문제는 배제된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경우입니다만, 이론적으로야 이 사람들 피해입은 것 없습니다.
이런 경우 임상시험의 원칙을 적용해야겠지요.
1. 임상시험을 진행하다가 혜택/피해가 통계적으로 분명해진다면 즉시 그 사실을 알리고 효과가 있거나/해가 없는 치료법으로 옮겨가는 것입니다. 이 원칙이야 연구계획서에 항상 들어있으니 준수를 요구하면 됩니다. (연구자와 스폰서는 이 부분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겠지요. 3상이라면 부작용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할테니까)
2. 대조군시험이 아니라 사례연구로 진행하도록 연구 모델을 바꾸는 것도 가능합니다만… 이렇게 진행될 수는 없겠지요 (알량한 논문도 안나올테고, 식약처 승인도 어려울테고)
3. 대조군/시험군 배정에 대한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모델을 잘 검토해야 합니다.
4. 이렇게 치료효과가 분명하고, 이 약물 외에 다른 치료법이 없는 환자군은 말씀대로 취약한 피험자입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고가의 치료제를 제공하는 것은 유인 또는 강압에 해당하구요. 언론이 이렇게 떠들었으니 피험자 모집도 아주 끝내주게 된 상황일 겁니다.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는 시끄러웠겠군요). 이런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연구계획서 심의를 시행하도록 해야할텐데, 아주 조심스럽습니다만, 이런 종류의 다기관 임상은 개별IRB가 아니라 공용IRB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도 한가지 안전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이해상충이나 불필요한 압력을 피하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