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법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고 한다.
법안의 이름이 상당히 길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법안은 두 갈래의 목적을 두고 있다.
하나는 연명의료에 관한 것이고

연명의료에 대한 기본원칙, 연명의료결정의 관리 체계, 연명의료의 결정 및 그 이행 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을 제도화함으로써 환자의 자기결정을 존중하고 환자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며,

다른 하나는 호스피스-완화의료의 확대제공이다.

암환자에만 국한되어 있는 호스피스 서비스를 일정한 범위의 말기환자에게 확대 적용하도록 하고, 호스피스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근거 법령을 마련하여 국민 모두가 인간적인 품위를 지키며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임.

 

해당 위원회를 통과한 것은 반갑지만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는 일이 아직 남아있고, 하위법령을 개발하는 정말 복잡한 일이 남아 있다. 법안을 적극 지지했던 그룹과 내켜하지 않던 그룹이 정말 벼르고 있는 단계.

게다가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실행과정에 계속 문제가 생길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결국 우리나라의 사고는 사태를 범주로 나누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행위자의 합리성을 인정하고 그들이 고려할 가치와 준수할 절차를 지정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건되고, 저건 안되고… 시시콜콜히 지적하는 법률을 만들고 싶어했고, 이 법은 이도저도 아니게 그런 지시가 담긴 법이 되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임종과정”을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로 함.

회생의 가능성, 회복되지 않음,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 사망이 임박. 언뜻 보기에는 별문제 없는 이 타협안은 실제 임상에서는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다. 치매, COPD, PVS, 뇌사… 결국 급속도로 악화되는 질병이 아닌 경우, 이 병들은 합병이 생긴 경우에만 이 법의 적용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에. 게다가 이 법이 적용되는 순간에도 중단할 수 있는 치료법이 한심할 정도로 제한되어 있어서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학적 시술로서

결국 이법은 – 아무리 법이 호스피스의 확대를 선언하고 있다고 해도- 암에 국한된 법이 될 가능성이 너무 높다.

이 법이 시행되면 의료계는 여러가지를 배워야 할 것이다. 서류작성부터 결정절차, 판단의 경험쌓기, 법적 함정을 피하거나/넘어지는 경험들… 그리고 시민들의 오해와 ‘종교계’의 항의와 정책적 무관심까지 거쳐야 할 일이 너무 많다.

혼란은 의료계와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수업료일까? 아니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너무 쉽게 타협한 다른 종류의 댓가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