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치료 논쟁

9월 초, 호주의사협회가 임종기의료(end of life care)와 사전의료계획(advance care planning)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오래 전부터 논의를 진행해온 국가 중 하나지만 호주에서도 이 문제는 여전히 논의를 필요로 하는 주제임이 분명하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무의미한 치료, 치료의 무익함(medical futility)을 이 성명서에서는 이렇게 제시하고 있다.

“임종기 의료에서 의미있는 수명의 연장의 기회가 극히 작거나 없는, 또는 최선의 경우라 해도 환자의 죽음은 회피할 수 없고 아주 단기간만 미룰 수 있는 치료는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치료로 간주할 수 있다”

(In end of life care, medically futile treatment can be considered to be treatment that gives no, or an extremely small, chance of meaningful prolongation of survival and, at best, can only briefly delay the inevitable death of the patient.)”

최선을 다 하고 나서 우리가 할 일은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다. 이번 성명에는 그래서 의사결정능력 (decision-making capacity), 사전의료계획(advance care planning), 애도(bereavement) 와 같은 요소들도 함께 언급되어 있다.

이런 입장 확인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는 치료요구와 의료진의 고민을 보여준다. 아마 이런 고민이 없다고 하면 그게 문제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혹시 우리 법은 이런 고민할 기회를 제거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된다.

사전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결정서

연명의료결정 제도화와 관련하여 가장 곤란한 문제는 연명의료결정서(POLST)와 사전의료의향서(advance directive) 사이의 관련성 문제다. 무엇을 먼저할 것인가?

국내 의료윤리학자들 중에서는 AD가 너무 일반적인데다 작성하는 분위기를 신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의사가 직접 작성한 POLST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이런 태도가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는 있겠으나 문제의 근본을 직시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환자에게 결정권을 주려하지 않는 우리 의료환경의 문제다. 환자가 쇠약해질 때까지 버려두었다가 환자가 실제로 결정하는 경우가 얼마나 적고 불완전하게 작성하는지 강조하는 태도가 문제의 근원인 것이다.

Nancy Berlinger에게 POLST와 AD에 관한 미국내 논의를 물어보았다. 그녀의 답변은 이렇다.

1.  미국의 생명윤리정책 연구자들은 POLST가 AD를 대체하거나 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2.  POLST와 관련하여 많은 정책 활동이 있지만 아직 AD가 확실한 정책으로 자리잡고 있다.
3.  POLST의 작성 목적은 AD의 내용을 확인하고 그것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그 다음 덧붙이는 이메일이 하나 더왔다.

AD의 문제는 POLST보다 구체적이지 않아서 치료방법들을 지시하기에 어렵다는 것.  AD와 POLST 모두 대리인(proxy)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발전해야 한다는 합의가 있다는 점.

우리나라 법은 이런 미국의 경험과 상관없이 만들어질지 몰라서 걱정이다. 스페인과 독일, 미국이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에서는 POLST로 대체해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