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파업할 권리가 없다는 말은 억지다. 어떤 직업도 자신의 이익과 생각하는 대의를 위해서 잠시 직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의협이 내세운 파업의 이유는 정당해 보인다. 대형병원과 몇개 대기업이 연합한 형태로 등장할 의료민영화의 가능성, 정부의 의료에 대한 무관심 (무관심을 넘어서 악의적이지 않은가 의심할 수준의 정책), 의료전달체계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일차진료의 붕괴 가능성, 그리고 의사와 의료직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
그러나 의사들의 정당한 주장은, 포탈의 댓글을 보면,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 ‘잠시 쉬겠다는 말이구나’, ‘이 참에 민영화 하자’ 같은 댓글은 또다른 댓글 조작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의사에 대해 악의적이다. 만약 이 정도로 의사가 미움을 받고 있다면 판을 새로 짜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내 생각에 의사협회는 의료전달체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일차의료는 사회 공공서비스의 일부이고 일차진료의는 그런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능을 갖는다. 그리고 그 서비스의 범위는, 미안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규정된다. 지금처럼 대학병원 하는 진료 다 하면서 일차의료를 제공하면 일차의료를 보호해 줄 이유가 없다.
간단히 말하면 의사들은 공공서비스에 포함되어야 살 수 있다. 안그러면 민영화의 물결을 벗어날 수 없다. 공공서비스가 아닌 것은 모두 민영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그렇게 미워하는 사회주의 의료를 품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흥미로운 역설이 하나 있다. 사회주의 의료를 현재 우리 의료가 가진 모순의 뿌리로 여기는 민초의사들은 사회주의 의료의 이념인 일차의료를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일차의료나 의료전달체계를 포기하면 민영화가 답이고, 지난 주말 의사들은 민영화에 반대한다며 깃발을 들었다.
민영화하지 않으면서 의학적 판단과 의료행위의 자유를 보장받을 방법이 있을까? 한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국민평균소득이 오만불이 되고, 그중에 20%를 의료에 지출하며, 의사 수가 지금의 두배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니 우리는 제약을 받아들여야 한다. 맘대로 하는 것? 그런 방법은 없다